저도 처음엔 세종대왕께서 당뇨로 고생하셨다는 기록을 접했을 때 "그 명석한 분이 왜?"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록을 들여다보니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 바로 '수라상' 위에 있었습니다. 하루에 물을 몇 동이 나 마시고도 갈증을 느꼈다는 세종. 그를 괴롭힌 소갈(消渴)은 오늘날의 당뇨병에 해당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소갈이란 몸속 체액이 소모되어 극심한 갈증을 느끼는 증상을 말하며,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대사성 질환입니다. 조선 최고의 성군이 만년에 시력을 잃고 지팡이 없이는 걷기조차 힘들었던 배경에는 평생의 식습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고기 없이는 밥상을 물리던 극단적 육식 선호
세종의 당뇨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육식에 대한 집착입니다. 실록에는 "고기가 없으면 수라를 들지 않았다"는 기록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심지어 부왕인 태종이 승하하기 직전 "주상은 고기가 없으면 식사를 못 하니, 상중이라도 고기를 먹게 하라"라고 유언으로 남길 정도였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육식 위주 식단은 오늘날 영양학 관점에서 보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우리 몸의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고열량의 육류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췌장이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게 되고, 결국 췌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당뇨로 이어지는 것이죠.
솔직히 저도 젊었을 때는 "고기가 보약"이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저희 세대는 전쟁 이후 가난했던 시절을 겪어서 고기를 먹는 것 자체가 건강의 상징처럼 여겨졌거든요. 그래서 식탁 위에 고기반찬이 빠지는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70대에 접어들면서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제야 제 식습관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세종께서도 비슷한 환경이셨을 겁니다. 왕실에서는 임금의 기운을 북돋운다는 명목으로 산해진미를 올렸고, 특히 고기 요리가 수라상의 중심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의학 지식으로는 고단백·고지방 식단이 당뇨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으니, 세종의 건강은 '좋은 음식'이라는 이름 아래 서서히 무너져갔던 것입니다.
움직임을 거부한 학구적 성향과 비만
세종은 타고난 학자 기질 때문에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하루 종일 서안 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정무를 보았고, 신체 활동은 최소한에 그쳤습니다. 실록 기록을 보면 세종은 체구가 크고 살이 많이 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체질량지수(BMI)가 25를 넘으면 과체중,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되는데, 세종의 경우 당시 기준으로도 비만에 해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동 부족은 당뇨 발병의 핵심 위험 요인입니다. 근육을 움직이지 않으면 포도당을 에너지로 소비하는 과정이 줄어들고, 혈액 속에 당이 쌓이게 됩니다. 게다가 복부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세종처럼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당뇨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죠.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뼈아픈 진실입니다. 저도 젊었을 때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냈는데, 당시에는 그게 문제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몸이 좀 무겁고 배가 나와도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고 넘겼죠. 그런데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110mg/dL이 나오면서 당뇨 전 단계 판정을 받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세종 역시 훈민정음 창제라는 대업을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셨지만, 정작 본인의 몸은 돌보지 못하셨습니다. 집현전 학사들과의 논쟁, 명나라와의 외교 문제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를 촉진했고, 이는 혈당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올리고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왕실 의료 시스템의 치명적 한계
세종의 투병 과정을 보면 당시 왕실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했는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내의원 어의들은 소갈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생지황, 천화분 같은 약재를 달여 올렸지만, 근본적인 식단 개선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임금의 기운을 북돋워야 한다"는 명분으로 계속해서 고기 요리를 수라상에 올렸습니다.
이는 질병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충성'에 불과했습니다. 오늘날 영양학적 관점에서 보면 당뇨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여기서 혈당지수란 음식을 먹은 후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55 이하면 저 GI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당시 의료진은 이런 개념 자체를 알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세종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현대 의료 시스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당뇨 전 단계 판정을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는 약 처방보다 "식습관부터 바꾸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약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식단은 그대로 유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종 시대나 지금이나 결국 환자 스스로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왕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형식적인 예우에만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조선시대 왕실 의료진의 주요 임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임금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산해진미 준비
- 유교 예법에 따른 형식적 진료
- 약재 처방을 통한 증상 완화
하지만 정작 필요했던 것은 실질적인 식이 조절과 활동량 증가였습니다. 세종께서 시력을 거의 잃고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는 동안에도, 왕실은 겉으로 드러나는 예법과 질서만을 우선시했습니다. 이는 본질적인 사람의 생명보다 형식을 중시했던 당시 사회의 경직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인에게 던지는 뼈아픈 경고
세종대왕의 당뇨 투병기는 단순한 역사 속 일화가 아닙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이거나 당뇨 전 단계에 해당한다는 통계를 보면, 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당뇨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세종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도한 육식, 운동 부족, 스트레스. 이 세 가지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저 역시 70평생 살아오면서 입맛대로 먹고살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하얀 쌀밥 대신 거친 현미밥을 씹고, 고기 대신 나물을 먼저 집어 들 때마다 "왜 진작 이렇게 먹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세종께서 그 명석한 두뇌로 백성을 위한 문자를 창제하시면서도 끝내 '고기'라는 유혹만큼은 이겨내지 못하셨다는 사실이, 인간의 식욕이 얼마나 강력한 본능인지를 보여줍니다. 가장 이기기 힘든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의 입맛이라는 진리를, 우리는 왜 소중한 건강을 조금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요.
역사는 반복됩니다. 600년 전 세종의 수라상 위에 올랐던 고기반찬은, 오늘날 우리 식탁 위의 삼겹살과 치킨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세종대왕의 투병기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명확합니다. 절제된 식습관과 꾸준한 신체 활동, 그리고 정신 건강 관리.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야만 진정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식탁 위에는 어떤 음식이 올라와 있나요? 그것이 입에는 달지만 몸에는 쓴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시간입니다.
참고: https://encykorea.aks.ac.kr/
https://www.diabete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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